유럽여행 시 제일 황당했던 경험 '이것'은?
홀로 유럽 여행을 하면서 낯선 타국에서 병원을 가리라 전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예고 없이 찾아온 독한 감기 몸살. 한국에서 챙긴 비상 상비약과 현지 약국서 구입한 약은 무용지물이었다.
4일 정도 약을 먹고 버텨봤으나 이대로는 정말 안되겠다 싶어 병원을 찾았다.
게스트하우스의 현지인에게 손짓발짓 섞어가며 겨우 병원을 소개받았지만,
국내 포털 사이트와 여행자 카페 등에서는 병원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지인들도 없고.
어찌저찌 목적지인 병원에 도착했으나 접수만큼 까다로운 것은 없었다.
병원 안내 창구 직원과 얘기하기를 수 차례,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Can you speak English? Please help me!"
앵무새처럼 끝없이 반복하며 돌아다닌 끝에 영어가 가능한 직원을 만났고
무사히 접수를 마칠 수 있었다.
나는 병원 진료 대기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린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병원에서 대기하기를 수 시간. 스페인 병원을 방문했던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대기실에서는 아예 누워자거나 졸고 있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 무리에 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렇듯 여기는 한국이 아닌 외국이기에 느꼈던 불편함을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여행 왔는데 이게 무슨 생고생인지. 아픈 것도 서러운데 배에선 신호를 보낸다.
추위에 오들오들, 몸이 아프니 저절로 졸음까지 밀려오는게 아닌가.
시간은 얼마나 지났을까. 접수 후 기다린지 무려 3시간.
의사 선생과 대면한 순간 드디어 끝났다라는 생각과 함께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난 의사 선생에게 내가 얼마나 아픈지 얘기하고 싶었으나 의사 전달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양쪽 모두 영어가 안 되니 온갖 단어와 몸짓으로 생각을 전달했다. 참다못한 의사가 통역을 불러 대화.
의사 : 언제부터 아프셨어요?
나 : 4일 된 것 같아요. 머리에서 열도 나고 기침이 심해요.
의사 : 되게 아파보이네요. (머리와 목을 진찰하며) 열도 좀 있고 편도선도 많이 부었군요.
나 : 지금 제 상태가 어떤가요?
의사 : 좀 더 진단이 필요한 것 같은데 링거 맞고, 사진을 찍어야겠네요. 나가서 기다리세요.
?? 뭐지? 이 상황은? 꼬박 3시간이나 기다렸는데 또 기다리라니, 내가 외국인이라서?
해도 너무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최대한 아파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너무 아파 더 이상 기다리기 힘들다, 빨리 진료 받을 수 없냐”고 말했으나 곧장 의사 선생은 이렇게 대답했다.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보이시죠? 6~7시간이나 기다린 사람들도 많아요.
여기서 기본 2~3시간 정도 기다린 당신은 상당히 빨리 진료를 받은 편이에요
하지만 많이 아파보이니까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직원에게 얘기할게요"
그렇게 끝이 없는 기다림. 링거를 맞고 1시간을 대기했으며,
이후 폐렴 여부 확인을 위한 X-ray 촬영까지 또 2시간 대기.
이 모든 진료가 끝나기까지 장정 6시간 넘는 시간 동안 나는 내 인내심의 한계를 경험했다.
길고 길었던 대기시간보다 더 황당했던 건 진료가 끝난 후에 일어났다.
병원비 결제를 위해 수납처를 찾았는데 이미 직원들은 퇴근을 하고 휑한 빈 자리만이 나를 반길 뿐이었다.
뭐지?? 잘못 온건가? 혹시나 싶어 다른 부서의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수납 창구는 오후 2시에 문 닫았으니까, 나중에 여기로 적힌 번호로 연락해 병원비를 내야 해요"
순간 그 직원이 하는 말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지금 나를 떠 보는 건가?
모두가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나는 쉬 마려운 강아지마냥 그 자리에서 한참 동안 안절부절 못하다 다시 진료를 담당했던 의사에게 찾아가 물었다.
의사는 “걱정하지 말고 가면 병원이 알아서 할 겁니다, 가서 푹 쉬세요”라는 말과 함께 나를 돌려보냈다.
어차피 수납창구는 문 닫았고 답은 안 나오는데 배째라는 식으로 갈 수도 없고.
결국 난 병원비가 얼마 나온지도 모른 채 찝찝한 기분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로부터 13일 뒤, 한국으로 귀국한 나는 낯선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됐다.
편지 내용을 보니 온통 스페인어. 용지 가득히 적힌 내용을 전부 알 수는 없었지만
누가 봐도 이건 진료비를 납부하라는 안내문이었다.
거의 40만원에 육박하는 금액. 생각보다 어마무시한 진료비에 속이 쓰렸지만 어쩌겠는가. 내야지.
은행을 찾아 40만원을 송금하며 해묵은 변비가 싹 사라진 기분에 나름 시원했으나 궁금증이 일었다.
병원비는 원래 이렇게 비싼 것인가?
병원비가 이렇게 비싼 데에는 이유가 있다.
스페인은 유럽 내에서 사회복지 수준이 높은 국가로 유럽인들이 치료를 목적으로 오는 경향이 있다. 또한 스페인 내 사회보장시스템에 등록돼 있는 모든 내·외국인은 차별 없이 공공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실질적으로 국립병원에서의 모든 치료는 공짜라는 사실.
물론 사립병원의 경우, 스페인 사람들도 진료비를 내야한다. 스페인 사회보장제도에 가입이 되어있지 않은 여행객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여행객은 사립병원이든 국립병원이든 당연히 진료비를 내야만 한다.
결론적으로 의료 인프라는 한정돼 있는 반면 관광객 신분의 환자 수가 늘어남에 따라 의료진 부족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이유로 병원비가 비싼 것이다.
대기 시간은 왜 이렇게 긴 걸까?
앞에서의 설명대로 국립병원의 무료 진료 때문. 작은 통증이나 가벼운 질병, 상해를 입었음에도 병원 진료가 무료라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아 자연스레 대기 시간이 길어지게 되는 것이다.
대기 시간이 긴 또 다른 이유는 병원이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 이러한 이유로 갑자기 아프거나 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환자들은 응급실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심장마비같은 긴급한 환자부터 우선순위로 치료하는 응급실 특성상 일반 환자들은 마냥 대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납창구는 왜 빨리 문을 닫을까?
스페인에서는 국립병원이 무료이기 때문에 실제로 병원에서 현금이 오가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병원 수납처가 오후 2시에 업무를 종료해도 병원 운영에 크게 무리가 없는 것.
여기서 꼭 알아야 할 것은
1. 해외여행 시 꼭 여행자보험 가입할 것.
여행자보험이란, 여행 중 사고, 질병, 도난으로 인한 손해 보상해주는 보험이다.
성별이나 연령별 제한이 없을 뿐더러 보험료가 저렴하기 때문에 꼭 여행자보험 가입을 추천한다.
여행자보험은 회사, 보험 종류에 따라 보험 납부요금이 차이가 있으므로 여행지, 여행 기간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또한 더 중요한 것은 보험 청구 시 필요한 각종 서류가 있기 때문에 진단서, 치료비 영수증, 처방전 등을 반드시 챙겨와야 한다.
2. 여행 전에 간단한 회화를 익히자.
영어권이 아닌 나라에 가게 되면 영어로 의사소통하기 힘들다.
아무리 영어가 세계 공용어로 쓰인다 한들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착각은 금물.
여행 가기 전 간단한 회화를 익혀보자. 현지에서 간단한 단어와 기본적인 정보를 알고 가는 것도 중요.
그 나라 언어에 능통한 사람과 동행하는 것이 좋고 정 안될 시 글로벌 회화 어플, 파파고 어플 등을 사용하자.
3. 본인의 건강 상태 체크.
뭐니 해도 건강한 게 제일 중요하다. 아무리 돈이 많거나 시간에 여유가 있다 한들
몸이 아프다면 여행은 안하느니만 못하다. 여행 전 컨디션 관리를 통해 본인의 건강을 한 번 더 체크하자.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앞서 이 내용이 보다 도움이 되었으면 하네요.
모든 분들의 즐거운 여행이 되길 바라며 저 같은 경우처럼 이런 일이 안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이상 짐토스였습니다 :)